미음의 시(詩)

당신, 참 애썼다./정희재 (영상시 첨부)

choijooly 2025. 1. 13. 15:30

 

♥ 당신, 참 애썼다./정희재 ♥

 

나는 이제 안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에 지쳐,

당신에게 눈물 차오르는 밤이 있음을.

나는 또 감히 안다.

당신이 무엇을 꿈꾸었고,

무엇을 잃어 왔는지를.

당신의 흔들리는 그림자에

내 그림자가 겹쳐졌기에 절로 헤아려졌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갔지만

끝내 가버리던 버스처럼 늘 한 발짝 차이로

우리를 비껴가던 희망들.

그래도 다시 그 희망을 좇으며

우리 그렇게 살았다.

 

당신 이마에 손을 얹는다

당신, 참 열심히 살았다

내 이마에도 손을 얹어다오

한 사람이 자신의 지문을 다른 이의 이마에 새기며 위로하는 그 순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모두 떨어져 나가고 거품처럼 들끓는 욕망에

휘둘리느라 제대로 누려 보지 못한 침묵이 우릴 품어 주리라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정희재<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중에서--

https://youtu.be/RNzXu4gsYu4?si=Q1OL09Zla4NafB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