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음의 시(詩)

삶의 맛 / 정연희 (영상시 첨부)

choijooly 2025. 2. 16. 12:01

 

♥ 삶의 맛 / 정연희 ♥

 

한낮 햇살을 수없이 견텨낸
귤을 까기 좋은 날이예요

손끝에 노랑물이 담뿍 배여도 좋아요
늦가을 저녁, 검은 찻잔 속 쓴맛에 곁들여
톡톡 터지는 과립을 씹어 삼키며
천천히 고요를 알아가요

시큼함에 흐른 눈물이 있다면
말없이 말리면 어떨까요

저문 날의 창가에서 달빛에 물든 기억들
소금꽃으로 피어난다 해도
우리 생은
소리 없이 녹아 없어지고 말테니까요

모든 맛을 겪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번지다가 스며드는 거죠

껍질과 알맹이가 만나는 지점
도톰한 이불 함께 덮고 꾸는 단꿈
인생의 참맛은 그런 거리고

까줄 귤을 기다리는 그대 입술에게
이젠 나 말할까 해요

https://youtu.be/b8YeBVu1_ag?si=Q_GJZmsVa2VrB2q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