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음의 시(詩)
시(Poem) /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영상시 첨부]
choijooly
2025. 4. 21. 11:13
♥ 시(Poem) /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
그 나이였다..
시가 나를 찾아온 건.
모르겠다.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다.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밤의 가지에서 홀연히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다.
또는 혼자 돌아오는 길에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시는 건드렸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몰랐다.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다.
끓어오르는 열이나 잃어버린 날개,
내 나름대로 해보았다.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이 첫 줄을 썼다.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수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지혜이다.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다.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그림자
휘 감아 도는 밤,우주를,그리고 나. 이 작은 존재는
그 큰 별들의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나부꼈다.
*시집 ≪네루다 시선≫
https://youtu.be/A3l7DcHeMRM?si=3WS_637pv9GSr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