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음의 시(詩)

꽃잎은 오늘도 지면서 붉다/이기철 (영상시 첨부)

choijooly 2025. 5. 3. 10:21

 

 

♥ 꽃잎은 오늘도 지면서 붉다/이기철 ♥

 

오늘 내 발에 밟힌 풀잎은 얼마나 아팠을까
내 목소리에 지워진 풀벌레 노래는 얼마나 슬펐을까
내 한눈 팔 때 져버린 꽃잎은 얼마나
내 무심을 서러워했을까

들은 제 가슴이 좁고 산은 제 키가 무겁지만
햇빛 비치는 곳에는
세상의 아름다운 삶도 크고 있다

길을 걸으며 나는
오늘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나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이 걸어간 길의
낙엽 한 장도 쓸지 않았다

제 마음에도 불이 켜져 있다고
풀들은 온종일 꽃을 피워 들고
제 마음에도 노래가 있다고
벌레들은 하루 종일 비단을 짠다

마른 풀잎은 이름만 불러도 마음이 따뜻하다
나는 노래보다 아름다운
풀꽃 이름 부르며 세상길 간다

제 몸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나뭇잎은 땅으로 떨어지고
제 사랑 있어 세상이 밝다고
꽃잎은 오늘도 지면서 붉다

https://youtu.be/wmxGJ3_arQw?si=ZLdMbqYK6GSkWy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