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비타민 글
파란 낮달 / 김락향 (영상글 첨부)
choijooly
2025. 6. 6. 11:23
♥ 파란 낮달 / 김락향 ♥
베란다에 앉아 양말을 꿰매다가 고개를 드니
양지에 앉아있던 노모 치마에 인 보푸라기를 뜯어내고 있다
여벌 없는 생의 응어리를 떼어내듯 쓰다듬다가 떼어내고
비비다가 뜯어내고 삐끗거리다 터져버린
나의 일흔 같은 양말 구멍에
날줄과 씨줄로 실을 걸어 짜깁기하듯 얽어매다가
머리를 돌려 노모를 찾으니
한 손에는 초록 승차권 같은 냉이를 움켜쥐고
봄을 엉거주춤 바라고보 있다
순간 나는 콧등이 저릿하다
구순 나이에 싹싹 발라 먹힌 내장에 박혀있는 차가운 촛불을
훅 훅 끄는 봄바람에 휩쓸리는 백발의 쾌활함에
숨을 깊이 들여 마시지만 맴도는 쇳소리와
부서질 것 같은 발자국뿐이다
엄마를 부르자 파리한 몸 지름을 가지껏 늘리며
굳은 어깨와 목뼈가 느릿느릿 돌아본다
여벌 없는 생의 낮달이 파랗다
나는 처음인 듯 또 콧등이 저릿하다
2019. 『에움길』. 오늘.
https://youtu.be/oLj-3Gi9ORU?si=Fc_M_gPjU4hzux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