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수기]다녀갈게요,엄마 / 글 문보근(영상글 첨부)
♥ [감동수기]다녀갈게요,엄마 / 글 문보근 ♥
“너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니,
아들아. 밥은...
꼭 챙겨 먹고 다니는 거니?”
어머니는 그렇게,
어제와 똑같은 말을
오늘도 처음처럼 하셨다.
하지만 나는 안다.
매일 하신 이 말조차
어머니에겐 오늘이 ‘처음’이라는 걸.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먹었어요, 엄마.
그리고 오늘도...
엄마가 보고 싶어서 왔지.”
어머니는 잠시 눈가를 적시더니
옛날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셨다.
“너 어릴 땐 말이야...
하루에도 열두 번은 넘어졌어.
이마에 상처 난 날,
엄마는 밤새 네 손을 쥐고 울었단다.”
그 말투, 그 눈빛.
어느 하나 흐트러짐 없이 또렷했다.
정신이 맑았다.
나는 속으로 조심스럽게 기대를 품었다.
혹시… 기억이 돌아온 걸까?
치매가 나아진 걸까?
그러나,
그런 희망은
내가 돌아선 그 순간
무너졌다.
요양보호사님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아드님만 다녀가시면...
어머니는 곧장 다시
모든 걸 잊으세요.
이름도, 얼굴도,
말도 전부요.”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러자 보호사님이
조심스레 덧붙였다.
“근데요...
오시기 전엔 늘 그러세요.
‘우리 아들 온다’고.
‘오늘은 꼭 실수하면 안 된다’면서
거울 앞에서 말 연습도 하세요.
종일 손에 메모지를 쥐고 계시고요.”
그날 밤,
나는 오랫동안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내가 받았던 평온한 대화는
어머니가 흘린
보이지 않는 눈물 위에 있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제야 내 마음이 아팠다.
왜 그토록 많은 날들을
바쁘다는 이유로 흘려보냈을까.
당신의 말이 반복되는 걸
왜 그땐 짜증부터 냈을까.
이제는
같은 말, 백 번이라도 좋으니
제발 한 번만 더
그 목소리로 날 불러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아들, 왔구나’라고.
그다음 날,
나는 어머니를 꼭 안았다.
말없이, 깊게.
그리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엄마...
기억 못 하셔도 괜찮아요.
제가 다 기억할게요.
엄마의 사랑도,
엄마의 말도,
엄마의 눈물도…”
어머니는 잠시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조금 후,
작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따라…
우리 아들이 참 많이 컸구나.”
그 말에
나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그 순간이 잊히기 전에
어머니 곁에 조금만 더 있고 싶었다.
그리고 돌아서는 길.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엄마… 정말 다녀갈게요.
하지만 당신이 잊어도 괜찮아요.
당신 몫의 기억까지
제가 평생 가슴에 안고 살 테니까요.”
지금도 어딘가에선
누군가의 어머니가
흩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자식 얼굴 하나 잊지 않으려
오늘도 애쓰고 계실지 모른다.
그리고 그 곁엔
모든 걸 알면서도
모른 척, 웃어주는
눈물 많은 아들이 서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가까이 있다면
손 한번 꼭 잡아드리자.
멀리 있다면
목소리라도 들려드리자.
우리의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겐
기억의 마지막 장을
붙잡고 살아내는
기적 같은 시간일 수 있으니까.
https://youtu.be/aO3XnOOVduI?si=MD8jPo8gOT1MeP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