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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

별 헤는 밤 / 윤동주 (영상시 첨부)

by choijooly 2024. 12. 9.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 (), ()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

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https://youtu.be/_sScsfWMBtQ?si=eeh-tIJ6TdHgb9f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