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거짓말 / 문보근 ♥
"엄마. 나 오늘도 늦을 거야"
아들이 현관을 나서려다
머리만 안으로 빼꼼히 디밀며 말을 하네요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몇몇이 모여 공부를 더 하고 온다는
말을 덧붙이면서요
요즘 들어 부쩍 공부 맛에
신이 난 아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워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봅니다
정말 오늘도 늦나 봅니다
돌아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들의 모습이 보이질 안네요
다섯 시가 넘어서야 돌아온 아들.
"학교 다녀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땀에 흠벅 젖어
돌아온 아들은 겨우 귀가 인사만 하고는
옷을 훌러덩 벗어 내 던지고는
욕실로 급히 들어가네요
그런데
벗어놓은 아들 옷이 이상합니다
흙이 여기저기에 잔뜩 묻어 있는 옷.
오늘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오늘도 그 일을?"
나는 옷을 집어 들고 잠시 생각에 잠겨 봅니다
어느 날 마트 다녀오는 길에
박스를 줍는 할머니를 돕는 아들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거든요
그날 아는 척하려다
모르게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그냥 지나쳤던 기억.
그래서
요즘들어 아들이 집에 늦게 들어와도
걱정은 안 했지요
오히려 대견스러웠지요
지깐에는 할머니를 돕고 싶어나 봐요
도운들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어요
하지만 내 기분을 좋았지요
저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모르는 척하기로 했지요
오늘도 그 일을 하고 왔나 봅니다
그날 저녁 식탁 앞에서
아들은 묻지 않는 말에 신이 납니다
"엄마 선생님한테 칭찬 받았어"
"칭찬을"
"응. 엄마.
시험 봤는데 점수가 올랐거든.
언제 내가 말했잖아
수업 끝나고 친구들과 공부를
더하고 온다는 말
친구들하고 공부 더한 것이
도움이 됐나 봐. 엄마도 좋지. 그치"
뻔한 거짓말 하는 아들 입이 미워
그 주둥이를 툭 때려 주고 싶었지만
참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좋고 말고
울 아들 이뻐 죽겠네. 아이고 울아들"
내 칭찬에 신이 난 아들은
얼굴색도 안 변하고 이젠 한술 더 떱니다
"엄마 이 팔뚝 좀 봐 알통 크지
학교서 공부만 하지 않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씨름도 하거든
그래서 옷에 흙이 많이 묻은 거야"
늘어나는 거짓말에
얘가 점점 왜 이러나 싶었지만
나는 피식 웃어 주었습니다
"엄마 다음 달 용돈 미리 주면 안 돼?"
"용돈?"
"응 엄마 친구들한테 얻어만 먹었거든
나도 뭔가 사주고 싶어서"
아들은 그렇게 거짓말을 자연스럽고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네요
다음날 외출하고 오는 길이었어요
어떤 아이가 쌩하고 앞질러 가길래
자세히 보니 울 아들였어요
아들아 하고 부르고 싶었지만
그 얘가 달려가 멈춘 곳은 박스 줍는
그 할머니 앞이였어요
순간
내 눈을 의심했어요
좋아도 저렇게 반가워 할 수 있나요
둘이는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끌어안고 입 맞추고
더 놀라운 것은 아들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나 했더니 챙이 넓은
모자를 꺼내 할머니 머리에 덥석 씌어주고는
"할머니. 울 엄마가 사준 거예요
엄마한테 할머니 얘기 했더니
더운 날씨에 고생하신다 하시며
엄마가 사준 거예요
와우 대박. 넘 잘 어울리세요"
해맑게 웃으며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아들이 걱정은 됐지만
낸들 저런 아들을 어찌하겠어요
햇살 고운 날
정원의 꽃들에게 물을 주고 있을 때
늦을 거라고 말하며 나간 아들이
웬일로 일찍이 귀가를 했네요.
늘 하던 귀가 인사도 없이
오늘은 어깨가 축 쳐진 모습으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아들.
불현듯 불길한 예감에
아들방으로 들어갔는데 아들은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었습니다
"아들아 왜 그래?
학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아들은 나를 보자
붉어진 눈으로 내 가슴에 와락 안겨 울먹였어요
"엄마 불쌍해서 어떡해
할머니가 불쌍해서 어떽해. 엄마."
"할머니? 할머니가 불쌍하다니
무슨 말이야. 어서 말해봐"
"할머니가 교통사고 당하셨어.
그런데 엄마. 할머니 잘못으로
사고 난 거라 보상도 없대
치료비도 없어 집에서 누워 계셔."
아들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 하며
할머니와 관계를 울먹이며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말했습니다.
"안 됐구나
울 아들 많이 힘들겠구나."
아들은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다음날 오후
아들한태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엄마 엄마 할머니 입원하셨어
어떤 아주머니가 입원시켜 주셨대
이제 우리 할머니 살았어"
아들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괜스레 미워지기까지 하네요
이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 하는 거 같아 샘까지 나네요
그러나 아들이 무척이나
대견 하단 생각에 거짓말을 일삼던
아들이 괘심해도 미소가 절로 납니다
"울 아들아
이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 잘하는
아름다운 거짓말쟁이 울 아들.
많이 사랑한데이"
https://youtu.be/bDiEQVIpga8?si=0ehnEGcUA0cp-u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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