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아들이 건너는 세상 / 이향아 ♥
잘난 남자들이 남자를 벗어 던지고
시시한 여자가 되려고 한다
여자 보다 작은 계집애가 되려고 한다
계집애가 되어 입술연지 붉게 칠하면
그 몸으로 편히 살 수 있다고
여자가 되면 세상물정 몰라도
쉽다고 누가 가르치나보다
제 집에선 죽이 끓는지
밥이 끓는지 모르면서
나라를 걱정하고
민족을 건지려던 옛날의 영웅,
태평하게 거문고로 방아 찧는 소리나 내던
한심한 선비 그들은 오래 전에 죽고 없다
먼 바다 파도와 싸워
태산 같은 물고기를 잡아,
앙상한 뼈만 싣고 돌아온 남자,
그 우렁찬 남자도 요즘 소설에는 없다
가늘고 길게 비겁해도 좋아,
오래 살아남으려고 한다
살아남는 일 중요하지 않아,
죽지는 말아야지
세상이 갈수록 잘난 남자들의 기를 죽여서,
나는 내 잘난 아들에게,
내 아들의 잘난 아들과
그 아들의 잘난 아들에게
키 큰 쑥대밭길 숨어 걷는
법이나 가르치란 말인가
내 아들이 건너야 할 걱정스러운 세상,
내 아들의 청춘이 걱정스러운 세상
https://youtu.be/ml0COjA5K3A?si=js_uV2sRFSnaAQ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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