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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마음의 비타민 글

사람이 산다는게 뭘까 / 법정스님(영상글 첨부)

by choijooly 2023. 10. 27.

 

♥ 사람이 산다는게 뭘까 / 법정스님 ♥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 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 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 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하에서 주소록을 펼쳐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이 시대 이 공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연줄로 맺어져

서로가 믿고 기대면서 살아가는 인간임을 알게 된다.

사람이 산다는 게 뭘까?

잡힐 듯 하면서도 막막한 물음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일은,

태어난 것은 언젠가 한 번은 죽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

생자필멸(生者必滅), 회자정리(會者定離),

그런 것인 줄은 뻔히 알면서도

노상 아쉽고 서운하게 들리는 말이다.

​내 차례는 언제 어디서일까 하고 생각하면

순간순간을 아무렇게나 허투루 살고 싶지 않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

​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두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좋은글] 사람이 산다는게 뭘까 - 법정스님 (낭송/블루요정)시낭송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