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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숙자의 눈물 /글 문보근 (영상글 첨부)

by choijooly 2024. 8. 4.

 


♥ 어느 노숙자의 눈물  /글 문보근 ♥

기왕에 온 이 세상
근사하게 살고 싶었다

함께 푸르러가는 들풀같이
사회의 한일원으로 굿굿하고 당당하게
번듯하게 살고 싶었다

내세울만한 자랑거리는 없어도
나만에 색깔과 모양으로 소박하지만
보란 듯이 살고 싶었다

삶이 찬란한 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제는 맨손이지만
어제는 이파리를 쥐고 오늘은 꽃을 가꾸고
내일은 열매를 따는 것 같이
지경이 넓어지는 삶으로 살고 싶었다

울며 태어났지만
또 누군가를 울리며 이 세상을 떠나가겠지만
한 번뿐인 내 인생을 슬픈곡조로
만들지는 않기를 바라며,

운명을 거스르며 살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내 인생의 책임자는 나일진대
적어도 세월을 탓하며 사라지는
비굴하고 못난 인생으론 살지는 말자고,

다짐하며 억세게 살아왔건만
삶이란 원하는대로 그렇게 순순히 살아지던가

올바로 걸어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뜬 해를보고 나왔다가도 소낙비를 만나
낭패를 보기도 하고

선의을 베풀어도 오인을 받고
정직하게 살아도 송사에 휘말리는 것이
인생살이더라

오늘은 절망을 걸어도
내일에 희망을 내걸고 매 순간을 견뎌나가지만
내일이 오늘이돼도 시련은 여전히 오늘에 있기에
가슴칠 일이 허다하고

착하게 사는 대가가
믿었던 친구로부터 이용을 당하고
급기야 치욕적인 배신으로
하루 아침에 생활터전이 有에서 無로 졸락 하는 것이,

친구도 내가 서 있을 때만 친구더라
내 잘못이지만 내가 쓰러지고 나니
친구도 없어지는 것이 세상 인심이더라

샘물까지는 아니더라도
눈같이 희게 살려고 무던히도 애써 왔는데
착하게 산 것이 무슨 잘못인지,

등치고 속인 사람들이 더 떵떵거리며 사는 이 현실,
쓰러지면서도 가진 것 먼지 하나까지도 탈탈털어서
남김없이 다 주고 빈손이 된것이
지금은 손가락질 받을 일이되었구나

지나가는 신발들에게 소리치고 싶다
"여보시오 신발들이여
세상을 적당히 착하게 사시요
인생을 요령껏 사시오
그게 인생 살아가는 지혜라오"하고
신발들에게 소리쳐 주고 싶다

노숙자의 인생이 되고 보니
인생길에도 환승역이 있었으면 좋겠다
얼른 내려 다른 인생 열차로 갈아타고 싶다

그럴 수 없으니 캄캄한 내 인생은 낙엽처럼
이 구석 저 구석으로 부딪치며 산다

아아!!
하늘을 보면 死가 두렵고 땅을 보니 生이 버겁구나
배곯음은 얼마든지 참을수 있겠다
그러나 가족이 보고품은 어찌 참아내야 하는가

누우면 천장에서 아른 거리고
눈을 감으면 가슴에서 치밀고 올라오는 이 그리움
그럴 때마다 금방 몸과 마음이 서리 맞은 들풀이 돼
목이 매여 온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났다는 말이
무슨 큰 위안이라도 되던가

개같이 얻어 개같이 먹고
냉수마시며 이빨을 쑤시는 인생이 되었지만
자존심은 꽃밭에 거름으로 ㅜ주고

살기위하여
아침이면 무료 급식소 앞에 줄서고
낮에는 플라스틱 바구니 하나 들고 계단으로 가
삶의 타닥을 친다

노숙자의 삶이란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사는 것

몸은 병으로 찌들고
마음은 상심에 젖고 실의에 빠져
도무지 아침이 없다
그래서 늘어나는 것이란 오로지 팔자타령뿐이다

궁궐에 살아도 세월은 간다
초막에 살아도 세월은 간다
용마루 삶도
서까래 삶도 다 똑같은 한 세상

인생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누구나 똑같다
손에 쥔 것이 많아도
손에 쥔 것이 하나도 없어도 옷 한 벌뿐이니

무엇이 아쉽고 무엇이 안타까움인가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로다

인생 하나가 진다는 것은 낙엽 한 장 같은 것
무엇 이이름이고
무엇이 기억인가
춤출 수 있을 때만 완벽한 인생,

그래서 인생은 허무요
한낱 꿈이어라

그래서
노숙자는 눈물이 난다

 

--<좋은 글> 중에서--

어느 노숙자의 눈물 / 글 문보근 (낭독 정환기)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