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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

이 겨울에 그 사람이 보고 싶다/문보근(영상시 첨부)

by choijooly 2024. 11. 22.

 

♥ 이 겨울에 그 사람이 보고 싶다/문보근 ♥

신나게 노래 불러도
신나게 춤을 추어도
주체할 수 없이 눈물 나는 것은
그 사람이 보고 싶음일까

가지마다 바람이
가지마다 눈발이
마지막 잎새 마저 사라져
쓸쓸한 숲 속을

하염없이 걸어도
끝이 없이 걸어도
그리움이 따라오는 것은
그 사람이 보고 싶음이고

술을 마실 때마다
노래 부를 때마다
읊조리는 내 할 말은 이 겨울에
그 사람이 보고 싶다

우리 모두에게
이 겨울에 그 사람이 보고 싶다, 말하면
더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나이,
마음 한 모서리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혹시나
정말 혹시나 그 사람 만날 것 같아
두리번거리며
길을 걷는다면

문 닫혀 창백한 이 겨울에도 황혼길이
얼마나 파릇파릇 한가

만일
그 사람을 만난다면
쓸쓸히 서 있는 나목 앞이면 좋겠다

쓸쓸해서 만났고
쓸쓸히 떠난 그 사람을 만나기엔
나목 앞 만한 곳 없다

그런 나목을 보면
그 사람이 눈가에 아른거리고
그 사람 없이도
나 홀로 부등켜 안을 수 있고

목마른 사슴처럼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목놓아
부르고 또 부르면
그 사람이 내게로 와 줄 것 같다

그렇게 내게로 와
나목 같은 내 마음에 눈꽃이
함박눈이 되어 준다면
내사 시 한 수 읊을 수 없으랴

설화의 터
잎새 잃어 가난한 가지가지 마다에
송이송이 핀 하얀 꽃

시린 옷깃 곱게 여민
아름다움으로
가슴 가슴마다 설렘을 안겨주는
애초롬한 눈꽃,

가녀린 설화로
저리도 함초롬하게 피어
슬프고도 처량한 가지가지마다에
웃음꽃이 된다

나도 꽃 필 수 있다면
그 누구에게 눈꽃이 되고 싶다

나도 어데 한 번
어느 누군가에게 사랑의
눈꽃이 되리라

나도 꼭 한 번쯤은
어느 누군가에게 눈꽃처럼
하얀 꽃등이 되리라

그대와 나 사이에
사랑이 소복소복 쌓이라고
눈이 푹푹 내린다

그대와 나 사이에
아픈 기억이 하얗게 지워지라고
눈이 푹푹 내리고

그대와 나 사이에
갈등과 오해를 모두 덮어지라고
눈이 푹푹 내린다

그대와 내가
애틋한 사랑에 푹푹 빠지라고
눈이 푹푹 내린다

사랑은 아름다운 거라고
한번 맺은 인연은
보배로운 거라고

그대와 나 사이에
연분은 영원하라고 은총처럼
함박눈이 내린다

이런 사람 만 날 수 있다면
나는 이 세상 문 닫고
만나러 가는 열차가 없어도
나 그 열차표 사고 싶다

추억 속에 있는 사람
그래서 그리운 사람
이 겨울에 그 사람이 보고 싶다

[감동좋은시] 겨울맞이 모노드라마 "이 겨울에 그 사람이 보고 싶다" / 문보근 낭송/김동현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