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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

설야 / 이외수 (영상시 첨부)

by choijooly 2024. 12. 4.

 

설야 / 이외수


사람들은 믿지 않으리

내가 홀로 깊은 밤에 시를 쓰면

눈이 내린다는 말 한 마디

 

어디선가

나귀등에 몽상의 봇짐을 싣고

나그네 하나 떠나가는지

방울소리

들리는데

창을 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함박눈만 쌓여라

숨 죽인 새벽 두 시

 

생각 나느니 그리운이여

나는 무슨 이유로

전생의 어느 호젓한 길섶에

그대를 두고 떠나 왔던가

 

오늘밤엔

기다리며 기다리며

간직해 둔 그대 말씀

자욱한 눈송이로 내리는데

 

이제 사람들은 믿지 않으리

내가 홀로 깊은 밤에 시를 쓰면

울고 싶다는 말 한마디

 

이미 세상은 내게서 등을 돌리고

살아온 한 생애가 부질없구나

 

하지만 이 시간 누구든 홀로

깨어 있음으로 소중한 이여

보라 그대 외롭고 그립다던 나날 속에

저리도 자욱히 내리는 눈

 

아무도 걷지 않은 순백의 길 하나

그대 전생까지 닿아 있음을

https://youtu.be/IFz-GJmR010?si=V-r1pwi5RlUm3Lu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