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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

어머니의 노을빛 / 김락향 (영상시 첨부)

by choijooly 2024. 12. 2.

 

♥ 어머니의 노을빛/김락향 ♥

 

너럭바위에 걸터 앉으며

멀리 갔다가 돌아온 것 같은 숨이 가쁘다

 

어떤날은 온 종일 비워 둔 밭을 걱정하고

집쪽으로 굽은 상수리나무를 의심하는 날은

연골 다 낡은 무릎이 나뭇가지를 질질 끌어와

화형에 처허고도 기억은 애당초 존재할 곳이 없다는 듯

 

넉 놓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울먹인다

그 울먹임은 젊음이 붕괴된 나이의 노여움이고

시들어 가는 육신의 외로움이다

 

나이에 편펀히 누운 세월이

온통 보포라기로 느껴지는 걸까

 

소금꽃 같은 강설이 하얗게 핀다는

가슴 안쪽 외진 곳을 열어 보이며

세월에 억류된 표정일 때

어머니는 보이지 않고 나이만 보인다

 

오늘 부쩍 한쪽 다리를 전다

슬픈 몇 조각 덜어낸 걸까

팔을 넓게 휘젖는 것은 기울기를 맞추려는 것이다

https://youtu.be/t7gdBT6ng70?si=16gCqG8Qt8cOn54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