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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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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 문보근 (영상글 첨부)

by choijooly 2025. 1. 16.


♥ 여보 / 문보근 ♥

(어느남편이 별이된 아내에게 쓴 눈물편지)

 

지금 안 것을 그때 알았다면

지금 본 것을 그때 보았다면

지금 무너져 내리는 이 아픈 한구석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여보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이

저 별인가요

이 별인가요

아니면 저 먼데 저 별인가요.

별들이 저리도 많은데

나더러 어찌 찾아가라고

당신은 별들 속으로 갔단 말이오

 

오래전 여름날 밤

우리가 언덕에 누워 저것은 네 별, 내 별 했던

그 별을 지금 나는 애타게 찾고 있소

 

당신과 나는

한동네에서 태어나 함께 자란 우리 사이,

남들 눈을 피해 누운 그 언덕에서

저것은 내 별 하면서 당신이 가리킨

당신 별은 참 예뻤지요

내 별은 당신 별 옆에서 방긋 웃고 있었구요

 

지금 나는 그 언덕에 와

그 별을 다시 보고 싶어 찾고 있지만

나이 탓인지, 앞을 가린 눈물 때문인지

그 별은 간데없어 내 애간장만 타는구려,

 

오늘은 당신의 첫 기일,

그래서 그런지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떼 몰려와 내 가슴을 훑고 있구려

떠난 사람은 잊어야지, 잊어야지, 하며

이를 앙 물지만 그럴수록 꼭꼭 문 닫아도

들어오는 산소처럼 밀려오는 이 그리움,

 

그 그리움에 이끌려 미친 듯이 펼쳐본 앨범,

그 속은 금방이라도 뛰어나올 것 같은

우리 추억의 사진들이 생생하게 있구려

 

우리 관계가 당신 부모님께 들켜

당신은 감금 아닌 감금으로 고초를 당했지요

그러다 탈출하듯 뛰쳐나와 찍은 우리의 사진,

몰래 남몰래 숨어다니며 찍은 사진들,

 

그만 헤어지자는 짓궂은 내 말에

펑펑 울던 당신, 그 옆에 재밋어 하는 내 모습,

그런 우리의 에피소드가 찍힌 사진,

거절하면 어쩌나, 하고 긴장하면서 내민

내 청혼 반지를 끼고 꽃처럼 웃는 당신 모습

그리고 그 옆에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는나,

그런 우리의 정겹던 모습이 찍힌 사진,

 

오월 어느 날

그땐 내 눈을 의심했다오

하늘로부터 내려온 천사인 줄 알았지요

웨딩드레스 입고 날 향해 걸어오는 당신이

얼마나 이뻤던지 난 그만 크게 웃고 말았지요

 

그때 사람들이 소리쳤지요

신랑이 좋아 입 찢어 진다고 야단들이었지요

그날 정말 내 입 찢어졌다니까요

 

참 고왔지요, 당신이....

여보,

당신이 가장으로 만들어준 나는

이렇게 살고 싶었소

 

남편이란 아내에게 우산이 되어 주는 것

삶이란 장마철 날씨 같아서

어젠 해가 반짝 떴다가도 오늘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장마철 날씨 같은것

 

그런 당신에게 나는 망가질 줄 모르는

듬직한 우산이 되고 싶었소

또 가장이란 모범운전자가 되어야 하는것,

 

당신도 잘 알잖소, 성질머리 나쁜 나란거,

그런 내가 가장이 되는 순간 알았소

가장은 가족을 태운 심정으로 운전하듯

세상을 조심조심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요

 

덕망 깊은 가장이란

함부로 가족들을 속되게 판단하지 않는것,

어떤 일이 생겨도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가장의 미덕이라 하지요,

 

그런 것을 잘 아는 내가

과연 그렇게 살아왔는지 생각해 봤을때

가족들에게 너무 부끄럽소,

 

여보

그때 왜 내게 그 말 하지 않았소

지금 안 것을 그때 내가 알았다면

당신 가슴에 못 박는 일은 없었을 텐데..

 

나는 평생을 내가 좋아하는 글만 써온나,

글 쓰는 일이란 고독과 싸우는 것

그래서 늘 긴장 속에 살아온 나,

 

그런 나를 당신은 만났고

당신은 나보다 더 고독한 아내 되어

살아가야 했지요

 

그러기에 당신 삶이란 당신 자신에겐

당신은 없고 나만 가지고 산 당신,

재래시장에서 채소를 팔아

나대신 가장 노릇 해주고

 

가정에 대소사 일은 도맡아 처리해준

그야말로 억척스럽게 살아온 당신,

그런 당신에게 고맙다고 하루에도 수백번

절을 해도 부족한 나였는데

 

그 한마디 못 듣는 게 뭐이 중요하다고

그날 당신에게 바보 같은

짓을 하고 말았을까요

 

나는 당신에게

어린아이 처럼 칭찬을 받고 싶었소

그런 생각에 퇴고를 마칠 때마다 글을보여줘

당신한테 칭찬 받고 싶었오

그러나 당신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지요

 

내 글에 대해 냉냉한 당신을 보고

아내에게도 외면당하는 글을 쓰고있는

나 자신에 큰 자괴감에 빠졌지요

한편으론 그런 당신이 참 섭섭했다오

 

참다못한 나는

수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엽서를 보내

격려를 해준 어느 구독자의 글을 보이며

난 당신에게 섭섭함을 심하게 토로 했었지요

 

그때 당신은 웃기만 했고요

난 그 이후로 당신으로 향한 섭섭함을 풀지

않고 살았는데,.....

 

여보

지금 나는 그때 당신 앞에서

자랑했던 그 구독자,

그 구독자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들고

눈물로 읽어 내려갑니다

 

여보

 

지금 가장 아쉬운 것은

지금 안 것을 그때 알았다면 하는 것이오

지금 본 편지를 그때 보았다면 하는 것이오

 

그랬다면 지금 무너져내리는

이 한구석 헝한 곳은 막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것이오

 

여보

오늘따라 밤하늘 별들이 참 곱구려

당신 모습처럼 말이오.,.

 

여보

그립소

 

정말 그립소

여보...

 

--<감동 수필 > 중에서--

https://youtu.be/vlAw9AVHDNc?si=Pi7B8l2yVv1odU5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