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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

곶 바람 / 강봉수 (영상시 첨부)

by choijooly 2025. 4. 9.

 

곶 바람 / 강봉수

 

쏴아쏴아 구령바람

사박사박 발 바람

스걱스걱 숨 바람

거억거억 울음 바람

섬에는 바람만 가득하다

 

성산 구좌 함덕 조천 애월 한경 안덕

인기척 없는 곶자왈 숲

불 칸 자리마다 흘러내린

붉은 생채기 뼈 조각들이

바람이 되었다

 

흐린 날엔

횃불 든 도채비가

중산간 산허리를 서성이고

비라도 내리면 숲이 파도로 분다

 

침묵 속에 경기(驚氣)든 섬 땅 사람들은

바람 부는 날에 태어나고

바람 부는 날에 넋을 빼앗기고

바람 부는 날에 죽임을 당했다

그 뼈마디 사이에는 피바람이 몰아쳤다

 

곶자왈 숲에는 그날 바람이 오늘도 걸어온다

https://youtu.be/cpqCslWFUQY?si=Cjqof6wxODND96g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