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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

어떤 회한 / 임현숙 (영상시 첨부)

by choijooly 2025. 4. 13.

 

  어떤 회한 / 임현숙 

 

도망간 잠을 쫓아가다 지치면

젊은 날 휘두른 칼날의 회한이 삼류 무대의 막을 올린다

 

'베르디의 나부코'가 흘러나오는 찻집

한 여자가 속눈썹이 긴 남자를 돌아서고 있다

그녀의 부족함이 그의 가난을 받아줄 수 없는 건아니라는데

해사한 미소에 얹힌 코털 때문이었을까

커피가 식기도 전에 일어서는 모질은 여자

다음날 갱지에 써 보낸 몇 줄의 무덤덤한 문장으로

순정을 베고 만다

 

그을음을 남기고 꺼져버린 촛불

지워도 지워내도 스미인 칼 빛

오래도록 행복을 빌었던

당돌한 청춘의 흔적

 

머리에 억새꽃 한창인 이제

그만 잊어도 되지 않겠니

 

물안개 속에서 먼동이 불새처럼 날아오른다

정갈한 햇살에 머리를 감아야겠다.

https://youtu.be/92hmjW1-NJI?si=TBBWRmvciVVfct9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