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가을 편지를 그대에게/ 김용채♥
가을이 오는 길목입니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새끼 강아지 걸음처럼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바다 끝에서 연분홍 혀를 적시고
떨리듯 다가오는 미동
괜스레 마음이 미어집니다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내 마음 안달이 났습니다
차마 전하지 못했던 사랑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어서
내 마음 안달이 났습니
다물살같이 빠른 세월이라
사랑도 그렇게 흘러갈까 봐
미루고 미루어 전하지 못한 마음
어린 짐승 날숨같이 떨며
소리 없이 그대를 부릅니다
가을이 온 뒤에도 지금처럼
높은 산과 긴 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바라봐야만 한다면
꽃망울 속노란 꽃가루같이 가득한
그리움을 어떻게 할까요
갓 핀 꽃잎같이 곱고
성당의 종소리같이 맑으며
보름달 같이 밝은 그대는
작은 새의 깃털같이 부드럽고
함박눈같이 고요한 나라입니다
아! 아! 가을이
바다 끝에서 생겨난 가을이
새끼 고양이 눈망울같이
내 마음을 바라봅니다
어린 짐승 발소리처럼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을이 나뭇잎에 안기기 전에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의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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