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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

첫 가을 편지를 그대에게/ 김용채(영상시 첨부)

by choijooly 2023. 9. 8.

 

♥첫 가을 편지를 그대에게/ 김용채♥

 

가을이 오는 길목입니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새끼 강아지 걸음처럼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바다 끝에서 연분홍 혀를 적시고

떨리듯 다가오는 미동

괜스레 마음이 미어집니다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내 마음 안달이 났습니다

차마 전하지 못했던 사랑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어서

내 마음 안달이 났습니

 

다물살같이 빠른 세월이라

사랑도 그렇게 흘러갈까 봐

미루고 미루어 전하지 못한 마음

어린 짐승 날숨같이 떨며

소리 없이 그대를 부릅니다

 

가을이 온 뒤에도 지금처럼

높은 산과 긴 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바라봐야만 한다면

꽃망울 속노란 꽃가루같이 가득한

그리움을 어떻게 할까요

갓 핀 꽃잎같이 곱고

성당의 종소리같이 맑으며

보름달 같이 밝은 그대는

작은 새의 깃털같이 부드럽고

함박눈같이 고요한 나라입니다

 

아! 아! 가을이

바다 끝에서 생겨난 가을이

새끼 고양이 눈망울같이

내 마음을 바라봅니다

 

어린 짐승 발소리처럼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을이 나뭇잎에 안기기 전에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의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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