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바람 / 이해인 ♥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 없어 눈이 맑았던
어린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
친구여 ..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없이 강이 흐르게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 져야겠구나 ,
남은 시간 아껴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웅쿰의 시들을
쏟아 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가고
가을 깊어가네
내 나이 늦가을쯤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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