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기억 / 신 석 정 ♥
비오는 언덕길에 서서 그때
어머니를 부르던 나는 소년이었다.
그 언덕길에서는 멀리 바다가 바라다 보였다.
빗발 속에 검푸른 바다는 무서운 바다였다.
어머니 하고 부르는 소리는 이내
메아리로 되돌아와 내 귓전에서 파도 처럼 부서졌다.
아무리 불러도 어머니는 대답이 없고,
내 지친 목소리는 해풍 속에 묻혀 갔다.
층층나무 이파리에서는 어린 청개구리가
비를 피하고 앉아서 이따금씩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청개구리처럼 갑자기 외로웠었다.
쏴아... 먼 바다소리가 밀려오고,
비는 자꾸만 내리고 있었다.
언덕길을 내려오노라면 짙푸른
동백잎 사이로 바다가 흔들리고
우루루루 먼 천둥이 울었다.
자욱하니 흐린 눈망울에 산수유 꽃이 들어왔다.
산수유 꽃봉오리에서 노오란 꽃가루가 묻어
떨어지는 빗방울을 본 나는
그에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말았다.
보리가 무두룩히 올라오는
언덕길에 비는 멎지 않았다.
문득 청맥죽을 훌훌 마시던 어머니 생각이 났다.
그것은 금산리란 마을에서
가파른 보리 고갤 넘던 내 소년 시절의 일이었다.
어머니의 기억 / 신석정 (낭송:김소희)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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