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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

정말 그럴 때가/이어령(영상시 첨부)

by choijooly 2023. 4. 18.

 

♥ 정말 그럴 때가/이어령 ♥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 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노엽고 외로운 때가 있을 겁니다

내 신발 옆에 벗어 놓았던 작은 신발들

내 편지봉투에 적힌 수신인들의 이름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던 말소리들은

 

지금 모두

다 어디 있는가.

아니 정말 그런 것들이 있기라도 했었는가

그럴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깍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어 대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에 대하여

떨어진 단추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정말 그럴 때가/이어령/사진 구영복/낭송 임서현/명시를 찾아서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