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를 읽는다 / 박완서 ♥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따숩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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