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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

내 나이 가을에서야 / 이해인 (영상시 첨부)

by choijooly 2024. 11. 8.

 

♥내 나이 가을에서야 / 이해인 ♥

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

 

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

내 밥 그릇이 가득차서

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

반짝반짝 윤이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이 바래고

향기도 옅어 지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다른이의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고픈 이들의 빈 소리도 들려옵니다

목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

 

이제서야 보이는

이제서야 들리는 내 삶의 늦은 깨달음

 

이제는 은은한 국화꽃향기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밥그릇 보다

빈 밥그릇을 먼저 채우겠습니다

받은 사랑 잘 키워서

풍성히 나눠 드리겠습니다

 

내 나이 가을에

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

내나이 가을에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