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아버지의 편지 / 안주옥♥
살아가면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은
한 가족이 모여 오순도순 정을 주고 나눔에
미덕을 실천할 때일 것이다
사랑의 나눔이 없는 삶은
생존 그 자체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나는 두 자식을 키우면서 아버지로서의
속 깊은 사랑을 실천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최선을 다했다는 막연한 아쉬움도
곁들이고 싶다
자식들로부터 행복을 보상받았다는
막연한 생각은 지우고 싶지만
딸이 하나뿐인 나에게는 그지없이
사랑스럽고 온 정성을 다해 속절없이
애정을 쏟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 딸이 커서 결국 어머니가 되고
그 어머니의 딸이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모든 그리움의 진원지로 삼게 되는 것이다
딸은 대견하고 뿌듯하고
영원한 부모들의 사랑임을 부인할 수 없다
딸들이 없는 세상은 허망한 세상이다
그 아버지의 그 딸이 이 악랄한 코로나
전염병 시대에 숱한 몸살과 상상도 못할
기막힌 시간들을 참고 견디며 잘 버티었구나
내가 죽으면 이 세상에서 제일 많이
슬프게 울어줄 딸자식을 잃게 된다는 생각에
긴 밤 억울하고 화도 나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왜 그렇게도
소중한 딸이 딸이기를 포기하고
생각도 하기 싫은 악을 쓰며 소리소리 지를까
결국 나는 알게 되었다
나의 착한 딸이 전염병 보다 더 지독한
사랑 병에 걸렸다는 것을,
너의 마음은 어떻게든지 그 잘난
무능한 남편을 위해 이 세상에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은 지독한 사랑을!
참으로 이 시대에 무엇보다도 강경한
아내의 사랑 이야기를,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벌써 너는 너를 희생하여 남편을 위해
죽음보다 더 무서운 사랑 선을
넘어 버렸다는 것을 알고나 있느냐?
어느 신부님이 쓰셨던
셰익스피어의 작품 ‘리어왕’에서
글 몇 줄이 떠오른다
효도할 줄 모르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집안에 독사의 이빨을 키우는 것과 같다 했다
교육을 받고, 지식과 능력을 갖추어도
인간 자체가 변질되면 지능이 없는
불구자일 것이다
아버지는 너를 사랑한다
너를 버리면 아버지도 죽는다
유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개성이 뚜렷한 너를
그 당시 방송국에서도 원했는데
왜 그때 연예계를 그만두게 했는지
지금 너무 후회스럽다
오직 사랑만을 목숨 걸고 지키려는 너는
잘못이 없는 것 같다
모든 게 아버지의 탓이라 생각한다
염려 마라 내가 알아서 한다
아버지는 미국에서 원하는 것을 고생하며
다 이루었다
서로 건강에 주의하자
생각할수록 겁 없이 사는 가련한 내 딸아!
세상 살아가는 것이 너의 생각대로만 되지
않는 것도 많다
소중한 삶에 한 점 부끄럼 없는
진실한 주님의 등불 밝혀 가며 살거라
왜 자꾸만 눈시울이 적셔오는지
이제 이 아버지도 많이 늙었나 보구나...
https://youtu.be/4AZVlIw4htQ?si=YvbZzthbFijGns6P
'미음의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사람/김재진 시인(영상시 첨부) (12) | 2024.12.29 |
---|---|
남은 인생 / 장귀남 (영상시 첨부) (11) | 2024.12.28 |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 이외수 (영상시 첨부) (11) | 2024.12.25 |
가슴에 꽃이 되리라 / 김소엽 (영상시 첨부) (12) | 2024.12.24 |
12월이라는 종착역/안성란 (영상시 첨부) (11) | 2024.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