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몸을 주물러 드리며 / 문보근 ♥
얼마나 남았을까요
뺨 비벼 정 드리고
웃겨 기쁨 드릴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발톱 깎아 행복 드리고
노래 불러 즐거움 드리고
몸 주물러 효도 드릴 수 있는 날이
옷 챙겨 드리고
신발 신겨 드리고
단풍 구경시켜 드릴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모자지간 사이에
하늘이 하얗지는 산고 끝에
첫눈 마주치는 순간보다 더 감격스러운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진달래꽃길 따라 일학년 입학하러
재를 넘는 모습보다 더
가슴 뭉클한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나이 든 어머니와 장성한 아들 사이에
필연이 절연이 되고
사랑이 통증이 되는 순간을
가만히 기다린다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연로한 어머니의 몸을 주물러 드리다
초로의 아들이
목이 메어옵니다
어머니,
꽃송이 같았던 나의 어머니여
화사했던 그 모습은
다 어디로 갔나요
토실토실했던 나의 어머니여
청청했던 그 격은
다 어디로 갔나요
삭정이처럼 앙상해지고
검불같이 가벼워진
나의 어머니여,
모진 설움을 얼마나 겪었기에
검던 머리카락이
이리도 새하야 지셨나요?
쓰린 낙심을 얼마나 마셨기에
낯처럼 밝은 눈이
밤같이 캄캄해 지셨나요?
새순처럼 야들야들한 나의 어머니가
목화솜처럼 따뜻한
나의 어머니가
사나운 삶을 얼마나 만졌기에
보드란 손이
장작처럼 되었고,
호수같이 잔잔한 나의 어머니가
노을처럼 고요한
나의 어머니가
귀마개 인생으로 얼마나 사셨기에
주름이 이리도
깊게 파였단 말인가요
나에게 평생 방풍림으로 사신 어머니
그러나 나는 작은 담장도
못되어 드렸는데....
일어나셔야지요
들풀처럼 벌떡 일어나 전처럼
이 아들의 노래를 들으셔야지요
어머니,
지금 우리집 양념통을 보세요,
양념통이
텅텅 비었네요
그러니 어서 일어나셔서
고추 따시고 깨단도 털어
빈 통을 채워 주셔야지요
메주도 띄우시고
고추장도 담그시고 그래서
빈 항아리도
채워 주셔야지요
손주들 보세요
어머니가 이뻐하시는 손주들이 좋아하는
밤도,대추도,호두도
따 주셔야지요
이대론 안됩니다
이 아들 못다한 효도 다 할 때까지
이대론 안됩니다
원해서 날 낳으셨으니
이젠 내가 원하는 어머니를 한참을 더
모시도록 하셔야 하지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머니의 골목은
언제나 바람이 쌩쌩 불었습니다
때론 빗길이었고
때론 빙판길이었습니다
어서 일어나세요
이젠 이 아들이 되어드리는
우산을 쓰시고
썰매를 타셔야지요
세월은 흘러도
어머니는 남아 계실줄 알았는데,
어머니의 몸을 주물러 드리며
아픈 소망 하나 바래봅니다
그렇게 노시다
여생 그렇게 즐기시다
어느 따뜻한 봄날
어머니께서
편하고 편하신 한 날,
여행 떠나 시 듯,이웃 마실 가시 듯
다녀 오실 것 같이,...
그렇게
그렇게 하셔야하지요
어머니,
나의 어머니여,
https://youtu.be/DNsmNrUySuI?si=JrV8ytHPk8Fx1fg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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