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다는 것 – 김락향 ♥
딸아
보름달처럼 웃으며 동고비도 박새도 불러라
너에게 가난한 밥상을 차려 줄 때
간식을 줄 때도
말랑하고 따끈한 심장을 듬뿍 넣었으니
생을 자작자작 뜸 들여야 한다
생각 없이 넘기는 달력은 손가락을
벨 수 있다
아들아
생이 노을처럼 붉었다가 농이 번져도
하루살이처럼 잉잉거리지 말고 의연하게
나사 하나 풀고 크게 숨 쉬어라
어쩌다 역류 되면
되새김으로 절제의 허기를 달래
가슴에 섬이 생겨도 억지로 퍼내지 마라
밤하늘 별빛도
창의력도 혼자 이고 싶어 한다
아득한 한 뼘의 삶에는 누구나
모래바람과 태양을 꼭꼭 씹으며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긴 다리와 그림자에 얼비치는 외로움이
장밋빛 오기가 배어 있다
산다는 것
공감하면서 나답게 사는 것이다
2019. 『에움길』.오늘
♥ 전나무 숲길 끝에는 – 김락향 ♥
대웅전, 댓돌 위
검정고무신 한 켤레 묵언 중이다
늙은 느티나무도
어린 배롱나무도
토담 옆 몽당 빗자루도
묵언 중이다
마당 한 바퀴 돌아 고요해진 마음
대웅전 뒤뜰까지 돌면 어제가 헹궈지고
내 세월이 다 맑아질 것 같은
풍경風磬 소리 바라보는데
토담 너머
계곡 물만 인기척을 하는구나
2019. 『에움길』. 오늘
https://youtu.be/hEJtnG0AYAQ?si=kOmtv7-uCrruhk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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