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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

十字架(십자가)/윤동주 - 지금 우리는 / 호인수(영상시 첨부)

by choijooly 2025. 4. 28.

 

 十字架(십자가)/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敎會堂 꼭대기
十字架에 걸리었습니다


尖塔(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수 있을가요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휫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幸福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十字架 許諾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어가는 하늘 밑에
조용이 흘리겠습니다

--<1996.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소담출판사.>--

  지금 우리는 / 호인수 

 

손목의 전자시계는

자꾸만 숫자를 더해 가는데

지금 우리는

온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오직 한 번

오직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그대 앞에 상차려 놓았습니다

 

이건 허세가 아닙니다

생명을 바쳐 모인 우리에게

무슨 깨알만한 욕심인들 남아 있겠습니까

사랑한다는 것은 죽음의 연속

 

동주형처럼 모가지를 드리우고 피를 흘리며

죽고 또 죽어야 그대 살 수 있는

사랑의 땅

신비의 땅

믿음의 땅

그대는 이 상을 받으십시오

 

그리고는 총맞지 않고도

얼어붙은 임진강 철책을 넘나드는 부러운 까치들처럼

껴안고 춤추고 입맞추면서

얼씨구 절씨구 잔치를 한판 벌이십시오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섬기는

한반도의 만만세를 위하여

그것 말고야

우리들의 욕심 더 무엇 있겠습니까

--<1987. 『차라리 문둥이일 것을』. 日善企劃.>--

https://youtu.be/BqMo6qYQDNg?si=gLL47d3y7c35om9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