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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

여 행 / 박경리 (영상시 첨부)

by choijooly 2026. 3. 16.

 

여 행 / 박경리

 

나는 거의 여행을 하지 않았다

피치 못 할 일로 외출을 해야 할 때도

그 전날 부터 어수선 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나다니기를 싫어한 나를

구명지기라 하며 어머니는 꾸중 했다

바같 세상이 두려워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도 남 못지 않는 나그네 였다

내 방식대로 진 종일 대부분의 시간

혼자서 여행을 했다

 

꿈 속에서도 여행을 했고

서산 바라보면서도 여행을 했고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면서도

서억 서억 톱이 움직이며

나무의 살갖이 찢기는 것

그럴 때도 여행을 했고

 

밭을 멜 때도

설겆이를 할 때도 여행을 했다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혹은 배를 타고

그런 여행은 아니였지만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그런 여행은 아니였지만

보다 은밀하게 내면으로

내면으로 촘촘하고 섬세했으며 다양하고 풍성했다

 

행선지도 있었고 귀착지도 있었다

바이칼 호수도 있었으며

밤 하늘에 별이 크다는 사하라 사막

 

작가이기도 했던 어떤 여자가

사막을 건너면서 신의 계시를 받아 메테르니히와

러시아 황제 사이를 오가며 신성 동맹을 주선 했다는

사연이 있는 그 별이 큰 사막의 밤 하늘

 

히말리아의 짐진 노새와 야크의 슬픈 풍경

 

마음의 여행이든 현실의 여행이든

사라졌다가 되돌아 오기도 하는 기억의 눈보라

 

안개이며 구름이며 몽환이긴 매 일반

다만 내 글 모두가 정처 없던 그 여행기

여행의 기록일 것이다

https://youtu.be/OTAbSweb2VY?si=7xeqZzkTomzB0_u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