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바람 / 이해인 수녀 ♥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는‘’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뵙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황근철의 묵상<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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