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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

산울림/권태현 (영상시 첨부)

by choijooly 2023. 11. 28.

 

♥ 산울림/권태현 ♥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면 산은

다시 내 이름을 불러 주어

산이 좋았다.

 

산은 늘 내가 놓아둔 곳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었으나

나는 여전히 산의 지리에 어둡고

 

멀리서 바라보면 산이던 것이

다가가 메마른 가슴을 누이면

숲 잔등을 간지르며 일제히 일어서는

바람, 유년으로 가는 길모퉁이

 

내 꿈은 산보다 높아 산 전체를

둘러보아도 숲에서 시작된 길은

숲으로 이어지고 한 겹씩 옷을 벗는

나무에 키를 재며 자라고 싶었다.

자라서 산을 넘고 싶었다

 

계곡으로 흘러드는 물소리는

모두 한 가지 색으로 깊어지고

내 뿌리를 적시며 손마디로 흘렀다.

 

지금 내 키는 너무 자라

뒤척일수록 산의 일부로 돌아눕는

꿈의 무덤이라도 찾고 싶었다.

 

무덤의 창을 열고 어린

풀벌레 울음소리를 듣고 싶었다

 

산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면 산은

다시 산의 이름으로 대답해 주어

산이 좋았다.

마음시오디오북) 산울림 / 권태현 / 낭송 서수옥 / 영상 수린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