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피고 싶었습니다./천준집 詩 ♥
들꽃처럼 피고 싶었습니다
돌아보니 바람 같은게 인생인 것을
어디쯤 온 걸까 돌아보니 아득히 오고 만 것을
처음엔 그저 들꽃처럼 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들꽃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천 가닥의 생각으로
저물어 가는 나의 심장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귓가를 핥으면
바람이 할퀴고 간 그자리에 나를 묶은 채
소리 없은 통곡을 해야만 했습니다
머리맡에 널브러진 약 봉투는
또 하루를 살기 위한 몸부림이던가
때론 잡초처럼 질기고 질긴 게 목숨이라더니
늙은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듯
내 몸 구석구석 맑은 피들이 굳어져만 가고
고목나무 가진 겨울을 보내고 새싹을 틔우듯
그렇게 다시 들꽃처럼 피고 싶었습니다
밤 별들이 곱게 수 놓을 때쯤
사투를 벌이던 통증은 온몸 마디마디
날 선 칼날로 헤집고
참을 수 없는 외마디 비명은 집안 가득 허공에 메아리 치는데
또다시 아날로그 초심소리가 새벽6시를 알리면
떨리는 신열로 더운 선열을 솟구칠때
나도 울고 동박새도 울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허기진 계곡에 만신창이가 된 채
새순이 돋기를 기다리며 참 많은 생각을 해야만 했습니다
아 !
바람같은 게 인생이던가
들꽃처럼 피어나 향기로 남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아도
이름 없는 무덤가에 들꽃처럼 다시 피고 싶었습니다
가느린 들꽃처럼 피어나
식지 않은 심장 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돌아보니 바람같은 게 인생이더냐
인생은 찰나의 바람인 것을
(좋은글) 다시 피고 싶었습니다.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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