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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

이젠, 당신 곁을 떠날 시간입니다/詩/박형서 (영상시 첨부)

by choijooly 2024. 12. 30.

 

 

이젠, 당신 곁을 떠날 시간입니다//박형서

당신의 뒷모습만 외롭게 간직한 채
사랑하면서도 사랑 밖을 서성이며
애증의 시린 세월을 살아 왔습니다

그리움과 기다림이 전부인 시간들,
승화된 사랑은 환상처럼 지워지고
소중히 간직된 연민만이 남았을 뿐
당신의 얼굴마저도 잊혀져 갑니다

당신이 훌쩍 떠난 둥지를 바라보며
수많은 그리움과 쓸쓸함을 안고서
갈대처럼 흔들리며 고개를 숙인 채
혼자 살아 갈 방법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이 떠나가던 숲 길을 그리면서
밀려오는 미움에 온 몸을 떨었던 날,
그런 아픔마저 사랑으로 남겨져서
차가운 가슴을 녹여주고 있습니다

가을의 길목을 돌아 나에게 향합니다
당신이 남기고 떠난 사랑만 남았을 뿐

미움의 쓴 물조차 메말라 버렸습니다

 

미완의 사랑은 여백을 남겨 놓았기에
이별길의 외롭고 서글픈 여정이련만,
안타까운 연민의 사랑으로 간직되어
낙엽의 빈 둥지만 외롭게 다가옵니다

 

그 많은 사연의 추억들을 가슴에 담고
나마저도 당신 곁을 떠나야만 할 시간,
이젠 당신을 서서히 지우려고 애쓰며
긴 기다림의 가슴문을 닫으려 합니다

 

정녕 당신을 잊어야만 할 시간이어서
깊은 사색의 가을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토록 오랜 세월 당신을 기다렸건만
아쉬움에 돌아본 길, 당신은 없습니다

 

그리움의 힘겨운 세월만을 지냈기에
당신 곁에 투명한 바람처럼 머물다가
가을 나무 가지의 새벽 새처럼 떠나
갈빛 숲속을 향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허전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긴 기다림을 당신 앞에 내려 놓으련만
들녘의 찬 바람만, 외롭게 불어옵니다

 

한기가 전신을 파고드는 침묵의 가을,
이젠 당신을 지우며 멀리 떠나갑니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의 숲 속길을
나무들과 대화하며 걸음을 옮깁니다

 

나를 태울 열차는 늦 가을 간이역에서
아직도 나를 위하여 기다리고 있을까
목마른 갈증에 자판기 커피를 마시던
가을 역사의 빈 대합실이 떠 오릅니다

 

애 태우며 가슴속에 담은 소중한 사연

대합실에 앉아서 지난 추억을 마시며
간직한 사랑을 조용히 내려 놓습니다

https://youtu.be/0hhtjqCkgJk?si=w656RHrlagp1xa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