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을 사랑하여요 / 한용운 ♥
당신의 얼굴은 봄 하늘의 고요한 별이어요.
그러나 찢어진 구름 사이로 돋아 오는 반달 같은
얼굴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어여쁜 얼굴만을 사랑한다면 왜 나의
베갯 모에 달을 수놓지 않고 별을 수놓아요.
당신의 마음은 티 없는 숫玉이어요.
그러나 곱기도 밝기도 굳기도 보석 같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아름다운 마음만을 사랑한다면
왜 나의 반지를 보석으로
아니하고 옥으로 만들어요.
당신의 시는 봄비에 새로 눈뜨는
금결 같은 버들이어요.
그러나 기름 같은 검은 바다에 피어오르는
백합꽃 같은 시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좋은 문장만을 사랑한다면
왜 내가 꽃을 노래하지 않고 버들을 찬미하여요.
온 세상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아니할 때에
당신만이 나를 사랑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여요.
나는 당신의 사랑을 사랑하여요.
♥ 숨기고 싶은 그리움/한용운 ♥
그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어느 햇살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만
머물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람 같은 자유와 동심 같은 호기심을
빼앗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만 그리움을 주고
내게만 꿈을 키우고
내 눈 속에만 담고픈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눈을 슬프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마음을 작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만을 담기에도 벅찬.
욕심 많은 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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