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울림/권태현 ♥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면 산은
다시 내 이름을 불러 주어
산이 좋았다.
산은 늘 내가 놓아둔 곳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었으나
나는 여전히 산의 지리에 어둡고
멀리서 바라보면 산이던 것이
다가가 메마른 가슴을 누이면
숲 잔등을 간지르며 일제히 일어서는
바람, 유년으로 가는 길모퉁이
내 꿈은 산보다 높아 산 전체를
둘러보아도 숲에서 시작된 길은
숲으로 이어지고 한 겹씩 옷을 벗는
나무에 키를 재며 자라고 싶었다.
자라서 산을 넘고 싶었다
계곡으로 흘러드는 물소리는
모두 한 가지 색으로 깊어지고
내 뿌리를 적시며 손마디로 흘렀다.
지금 내 키는 너무 자라
뒤척일수록 산의 일부로 돌아눕는
꿈의 무덤이라도 찾고 싶었다.
무덤의 창을 열고 어린
풀벌레 울음소리를 듣고 싶었다
산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면 산은
다시 산의 이름으로 대답해 주어
산이 좋았다.
마음시오디오북) 산울림 / 권태현 / 낭송 서수옥 / 영상 수린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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