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

늙어가는 길 / 윤석구 (영상시 첨부)

by choijooly 2023. 12. 7.

 

♥ 늙어가는 길 / 윤석구 ♥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그리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시낭송]늙어 가는 길 - 윤석구 (낭송:고은하)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