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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Gachen-佳川)

미음의 시(詩)292

설날 아침에 / 김종길(영상시 첨부) ♥ 설날 아침에 / 김종길 ♥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현대시추천44] 설날 아침에/ 김종길(낭송:선혜영/영상:개울) (youtube.com) 2024. 2. 12.
봄을 기다리며/수향 임영심 (영상시 첨부) ♥ 봄을 기다리며/수향 임영심 ♥ 아침 햇살이 창을 비춘다 가득하다 커턴을 젖히고 창을 열었다 화사하다 유리창도 봄이 그리워 성에를 벗었다 동지 건너 소한, 대한을 지나 내 곁으로 오는 봄을 보았다 그리워하면셔 잠시 잊기도 했는데 봄은 나를 위하여 꿈길을 열어 주었다 유리창 너머 봄하늘도 향긋한 연가 한 소절 띄워보낸다 봄을 기다리며 (youtube.com) 2024. 2. 11.
봄이 오는 길목에서/詩 이해인(영상 첨부) ♥ 봄이 오는 길목에서/詩 이해인 ♥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움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봄이오는 길목에서 (youtube.com) 2024. 2. 8.
노인의 가슴에 찬 바람이 불면/詩 윤석구(영상시 첨부) ♥노인의 가슴에 찬 바람이 불면/詩 윤석구♥ 아~!! 가을이 또 오는구나 하고 직감합니다 베란다 창밖 먼 산을 바라보며 노인도 가을 편지를 씁니다 어제는 노란 은행잎에 편지를 쓰고 오늘은 빨갛게 타는 단풍잎에 불타듯 씁니다 어제는 그리움이 었고 오늘은 고백한다고 씁니다 뜨거운 가슴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고 세월에 밀려 몸도 낡고 음성도 낡았지만 심장은 동해의 파도처럼 뛴다고 씁니다 노안의 가을은 쓸쓸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가을 풍경은 노인의 가슴이라고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유혹해 주니 얼마니 고마운 일인가요 어디를 가나 차별되는 세상에 강 건너 갈대 숲 하얀 갈대 머리가 은빛 노을을 만들고 일찍 떨궈워진 낙엽 몇 개가 낡은 의자에서 자리 다툼하는 아주 늦은 오후에 문득문득 어느 소녀가 시집 속에 끼워둔 .. 2024. 2. 7.
꽃에게 / 詩 김혜숙 (영상시 첨부) ♥ 꽃에게 / 詩 김혜숙 ♥ 꽃이여 더디 더디 피어라 하늬바람에도 가슴 죄임은 오직 네 봄오리 탓 봄비 여린 손이 행여 볼을 부빌까 볼 부빔에 소스라져 눈뜰까 기다림은 너무 길었어 떠난 후 남은 이파리끼리 슬픔은 너무 깊었어 그건 아는 까덝에 그 빈 자리 눈물 고임을 본 까닭에 꽃이여 더디게 더디게 피어라 꽃에게 ㅡ 시/김혜숙, 낭송/홍숙자, 영상/안영숙 - YouTube 2024. 2. 4.
꽃의 울음 / 이월호 (영상시 첨부) ♥ 꽃의 울음 / 이월호 ♥ 어리고 단아한 꽃도 하 많은 사연을 담았거늘 작다고 예쁘다고 순하게만 울었을까 어떤 날은 조롱 조롱 눈물방울 달고 어느 애모의 밤엔 모가지가 꺾이도록 밤새 꺼이꺼이 목 놓아 울기도 하였겠지 아직도 꽃의 울음은 들어본 적은 없어 비 내리면 어이해서 빗소리만 들리는 걸까 비로소 듣고 보일 땐 사랑도 고해인 것을 랄겠지 꽃의 울음 / 이월호 - YouTube 2024.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