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음의 시(詩)363 동 행/ 김남주 (영상시 첨부) ♥ 동행/ 김남주 ♥밤하늘 희미한 구름 사이로으스름 달빛 빛나고바람은 불어 된새바람솔밭 사이 황토밭 마른 수숫대를 흔든다-- 진눈깨비가 오려나 보지요달빛에 젖은 창백한 사내가 외투깃을 세우며동행의 여자에게 다시 말을 붙였다--아까 그 차가 막차였나 봐요어떡하죠 저 땜에 차를 놓치게 돼서여자는 자기보다 큰 보퉁이를 애꿎게 쥐어뜯으며미안해했다딴은 그놈의 보퉁이가 차를 그냥 가게 했는지도 모른다차는 멈출 듯하다가도 덩치 큰 짐을 보고 그랬는지번번이 줄행랑을 놓고는 했으니까--아니어요 운전사가 심통이 나서 그랬을 것입니다이쁜 아가씨와 함께 있는 못생긴 남자가 아니꼬워서 말입니다그런데 아가씨 아가씨는 아까 자기를 소개하면서자조 섞인 말투로 공순이라 했고나는 나를 소개하면서 멋쩍게 웃으면서 글쟁이라 했습니다이제 우.. 2024. 11. 19.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문정희(영상시 첨부)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문정희♥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시간의 재가 되기 위해서 타오르기 때문이다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것도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사람도 올 때보다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마지막 옷깃을 여미며 남은 자를 위해서 슬퍼하거나이별하는 나를 위해 울지 마라세상이 뿌리 하나 내려 두고 사는 일이라면먼 이별 앞에 두고 타오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이 추운 겨울 아침아궁이를 태우는 겨울 소나무 가지 하나가꽃보다 아름다운 것도바로 그런 까닭 아니겠느냐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어둠도 제 살을 씻고 빛을 여는 아픔이 된다.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문정희) --- 낭송 #임정성 - YouTube 2024. 11. 18. 그곳, 아우내강의 노을 /신언관 (영상시 첨부) ♥ 그곳, 아우내강의 노을 /신언관 ♥ 저 강물 속에 남겨놓고 떠난 것은 핏빛 정열의 적막함이 아니라 아직도 감춰야 할 약속, 강물을 거슬러 조급히 떼 지어 가는 물오리들의 물살도 금새 사라지고 홀로 튀어오른 잉어의 울음도 아우내강의 노을이 삼켜버렸다 저 강물 속에 남겨놓고 떠난 것은 붉디붉은 그리움이 타버린 애석함이 아니라 숨막히는 간절한 소망, 감히 거둘 수 없었던 외침도 메아리 없이 강변 갈대숲으로 사라지고 어느 틈 잠시 눈 감은 사이 어둠이 노을의 강을 삼켜버렸다 돌아볼 수 없는 찾을 수도 없는 기억의 아픔을 어찌 품고 살아가랴 강은 흐르고 노을은 빛을 잃어가고 동쪽 잣고개 위로 떠오는데[그곳, 아우내강의 노을] 신언관 2024. 11. 17. 그리운 바다(SeaFever)/존메이스필드(John Masefield)[영상시첨부] ♥그리운 바다(SeaFever)/존메이스필드(John Masefield)♥나 다시 바다로 가리,그 외로운 바다와 하늘을 가리큼직한 배 한 척과지향할 별 한 떨기 있으면 그 뿐박차고 가는 바퀴, 바람의 노래,흔들리는 흰 돛대와물에 어린 회색 안개동트는 새벽이면 그뿐이니나 다시 바다로 가리,달리는 물결이 날 부르는 소리기억하지 못할 거칠고 맑은부름 소리 내게 들리고흰구름 나부끼며 바람부는 하루와흩날리는 눈보라휘날리는 거품과울어대는 갈매기 있으면 그뿐이니나 다시 바다로 가리,정처없는 집시처럼바람 새파란 칼날 같은 갈매기와고래의 길로쾌활하게 웃어대는 친구의즐거운 끝없는 이야기와지루함이 다한 뒤의 조용한 잠과아름다운 꿈만 있으면 그 뿐이니그리운 바다(Sea - Fever) - 메이스필드(John Masefield.. 2024. 11. 17. 가을의 여백에 앉아서/문병란 (영상시 첨부) ♥ 가을의 여백에 앉아서/문병란 ♥ 가을은 먼저4만 원짜리 횟감 두 접시와우리들의 단란한 술잔 속에 와서비린내도 향그러운 가을바다아침이슬 한 잔씩을 가득 채웠다. 길고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모처럼 하늘이 높고 푸른 날때마침 제철 만난남해 바다 전어 떼그 싱싱한 비린내 속에서우리들의 눈빛 가득익어 가는 가을이 주렁주렁 열렸다. 시인은 술보다은비늘 파닥이는 가을바다에 취하여코스모스 손짓하는 바닷가 횟집의풍어의 식탁 앞에 허리띠를 풀고원고료 없는 시 청탁에 쉽게 응하였다. 일금 5만 원짜리 원고료 대신그 다섯 배 비싼 점심을 대접받고가을의 여백에 앉아우리들은 이미 모두가슴 속 깊은 곳에서시인이 되어 붉으레 고운 단풍이 들고 있었다.가을은 취하는 달그리고 외상으로도 서로 사랑하는 달.가을의 여백에 앉아서 - 문병란 2024. 11. 16. 맨 발 / 문태준 (영상시 첨부) ♥ 맨 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펄과 물 속에 오래 잠겨 있어 부르튼 맨발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늘 맨발이었을 것이다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아- 하고 집이 울 때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 2024. 11. 15. 이전 1 ··· 4 5 6 7 8 9 10 ··· 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