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음의 시(詩)380 설야 / 이외수 (영상시 첨부) ♥ 설야 / 이외수 ♥사람들은 믿지 않으리내가 홀로 깊은 밤에 시를 쓰면눈이 내린다는 말 한 마디 어디선가 나귀등에 몽상의 봇짐을 싣고나그네 하나 떠나가는지방울소리들리는데창을 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함박눈만 쌓여라숨 죽인 새벽 두 시 생각 나느니 그리운이여나는 무슨 이유로전생의 어느 호젓한 길섶에그대를 두고 떠나 왔던가 오늘밤엔기다리며 기다리며간직해 둔 그대 말씀자욱한 눈송이로 내리는데 이제 사람들은 믿지 않으리내가 홀로 깊은 밤에 시를 쓰면울고 싶다는 말 한마디 이미 세상은 내게서 등을 돌리고살아온 한 생애가 부질없구나 하지만 이 시간 누구든 홀로깨어 있음으로 소중한 이여보라 그대 외롭고 그립다던 나날 속에저리도 자욱히 내리는 눈 아무도 걷지 않은 순백의 길 하나그대 전생까지 닿아 있음을 https:/.. 2024. 12. 4. 곁에 둔 사랑 / 윤보영(영상시 첨부) ♥곁에 둔 사랑 / 윤보영♥나는 사랑을 잃어버렸습니다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생각도 없이사막 하나 앞에 두고 막막하게 보냈습니다그런 내가 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닫힌 마음이 차례로 열리고마른 나무에 새싹이 돋았습니다아직은 살아 있는 나를 만났습니다. 어두운 가슴에 별이 나오고아름다운 사람들 가운데 내가 보입니다. 일상에 나를 묻고지금도 무덤덤하게 살고 있을 내가아름답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사랑을 모를 때는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습니다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바람을 바람으로 느끼고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 다른 세상이 있었는데그 세상을 보지 못하고 지나칠 뻔했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부터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사랑하고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https://youtu.be/PQt0.. 2024. 12. 3. 어머니의 노을빛 / 김락향 (영상시 첨부) ♥ 어머니의 노을빛/김락향 ♥ 너럭바위에 걸터 앉으며멀리 갔다가 돌아온 것 같은 숨이 가쁘다 어떤날은 온 종일 비워 둔 밭을 걱정하고집쪽으로 굽은 상수리나무를 의심하는 날은 연골 다 낡은 무릎이 나뭇가지를 질질 끌어와화형에 처허고도 기억은 애당초 존재할 곳이 없다는 듯 넉 놓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울먹인다그 울먹임은 젊음이 붕괴된 나이의 노여움이고시들어 가는 육신의 외로움이다 나이에 편펀히 누운 세월이온통 보포라기로 느껴지는 걸까 소금꽃 같은 강설이 하얗게 핀다는가슴 안쪽 외진 곳을 열어 보이며세월에 억류된 표정일 때어머니는 보이지 않고 나이만 보인다 오늘 부쩍 한쪽 다리를 전다슬픈 몇 조각 덜어낸 걸까팔을 넓게 휘젖는 것은 기울기를 맞추려는 것이다https://youtu.be/t7gdBT6ng70?si=.. 2024. 12. 2. 받아쓰다 / 김용택 (영상시 첨부) ♥ 받아쓰다 / 김용택 ♥어머니는 글자를 모른다.글자를 모르는 어머니는 자연이 하는 말을받아 땅 위에 적었다.봄비가 오면 참깨 모종을 들고 밭으로 달려갔고,가을 햇살이 좋으면 돌담에 호박쪼가리를 널어두었다가점심때 와서 다시 뒤집어 널었다.아침에 비가오면' 아침 비 맞고는 서울도 간다'고 비옷을 챙기지 않았고'야야 빗낯 들었다'.하며 비의 얼굴을미리 보고 장독을 덮고 들에 나갔다.평생 바다를 보지 못했어도아침저녁 못자리에 뜨는 볍씨를보고조금과 사리를 알았다.감잎에 떨어지는 소낙비,밤에 우는소쩍새,새벽하늘 구석의 조각달,달무리속에갇힌 보름달,하얗게 뒤집어지는 참나무 잎,서산머리의 샛별이 글자였다.난관에 처할 때마다어머니는 살다가보면 무슨 수가 난다고 했다.세상에는 내가 가보지 못한 수가 얼마나 많은가.마을에.. 2024. 12. 1. 가을 그곳에/글 갈대숲에서서(영상시 첨부) ♥ 가을 그곳에/글 갈대숲에서서 ♥ 낙엽 떨군 허전함에바람은 왜 그렇게 차가운지익은 채로 시드는 붉음이메마름이 바삭거리는그리움 벽 긁는 아쉬움 두고편히 누웠네 가라는 이도 없는오라는 이도 없는외로움만 날개 펴고또 한 세월 벗어던진 주름살에그림자만 누워있었다https://youtu.be/LArpvoNNso0?si=HNNU4jXks61EpEaP 2024. 11. 29. 너에게 가고 싶다./시 송영희 (영상시 첨부) ♥너에게 가고 싶다./시 송영희♥ 산등성이 노을로 아름다울 때너를 추억한다어둑어둑 해 넘어갈 때가로등 하나둘씩 피어나면너를 향한 내 마음도고운 옷 입고 피어난다겨울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은그리운 마음 빗줄기에 싣고너의 뜰에 소나기처럼 내리고 싶다한줄기 바람으로 머물고 싶다회색빛 하늘이 열리고첫눈이 선물처럼 내리는 날엔내 마음은 흰 눈이 되고 바람이 되어순백의 세상에서다시 한번 너를 꿈꾸어본다https://youtu.be/GRz9rLvPVFg?si=DQ-b57R1kaSShzVC 2024. 11. 28. 이전 1 ··· 5 6 7 8 9 10 11 ··· 64 다음